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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는 경제 기사 ‘삼성전자가 애플을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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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멍해지는 기사를 읽었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한경비지니스 기사다.

이것도 ‘조회수 올리기를 위한 기획 기사인가?’라고 넘기고 싶었으나 내용이 너무 어이가 없어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골라 하나씩 보자.

애플 사업 구조의 가장 큰 특징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아웃소싱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 팔리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전량 폭스콘 등 중국 내 하청 공장에서 생산된다. 모바일 기기에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도 앱스토어를 통해 외부에서 ‘소싱’한다. 이와 함께 애플 자체는 핵심 기술만 갖고 간다. 기업을 가볍게 만들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한때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애플 방식’을 매우 혁신적 것으로 받아들여 벤치마킹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강 팀장은 이를 지배 구조에서 파생된 문제를 돌파하는 전략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한다. 그는 “주주들의 배당 요구 등으로 애플은 설비 투자를 무겁게 가져갈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문제점 1. 지배구조와 아웃소싱의 상관관계가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
전문경영 구조에서는 대체 어떤 문제가 있기에 거기에서 파생된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적극적인 아웃소싱이 필요한가? 삼성전자는 그럼 적극적인 아웃소싱을 하지 않는가? 머니투데이의 2011년 4월 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 협력사협의회(협성회)에 소속된 회사 수는 180여개이다. 여기에 속하지 않는 회사나 2, 3차 협력업체까지 따지면 삼성전자에서 아웃소싱을 하는 회사의 수는 정말 많을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삼성전자가 무너지면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준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닌가? 아웃소싱은 애플 이전부터 이미 오랜 역사동안 많은 산업에 걸쳐 수많은 회사들이 해오던 방식이다.(품앗이도 일종의 소싱이다) 이걸 마치 애플의 고유한 방식인양 표현하고, 아웃소싱이 마치 전문경영의 문제점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문제점 2. 주주들의 배당 요구 등으로 애플은 설비 투자를 무겁게 가져갈 수 없는 구조
17여년 동안 주주들의 배당 요구를 무시하며 마이 웨이를 표방한게 애플이고 故 스티브 잡스였다. 배당을 하느라 설비 투자에 지장을 받을 회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잡스의 뒤를 이은 팀쿡이 자사주 배입과 배당을 검토한다고 했으나 이게 어떻게 설비 투자를 못하는 것과 연결되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설비 투자를 무겁게 하는 회사는 HW 중심의 회사다. SW 중심의 회사가 왜 설비 투자를 무겁게 가져가야 하나?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투자만 하면 될 일이다. 또, 주주들의 배당 요구가 과도해 문제가 되는 것은 금융산업이 대부분이었지 IT 산업에서는 그런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

문제는 자체 내에 핵심 기술만 유지하는 애플의 이러한 전략이 갈수록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정반대로 모든 작업을 기업 내부에서 통합 처리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강 팀장은 “삼성전자는 원가 경쟁력과 기술의 안정성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며 “과연 애플이 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제점 3. 원가 경쟁력.
원가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원가는 ‘production cost’이니 경쟁력은 부품을 더 싸게 사고 더 싸게 조립하는데서 나온다. 그럼 더 싸게 사고 더 싸게 조립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대량으로 주문하는게 최고다. 삼성전자의 원가 경쟁력이 훌륭하긴 하지만 현 상태의 애플은 정말 휼륭하다. 대항마들은 왜 레티나를 미리 내지 못했을까?라는 글을 읽어보면 오히려 애플이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애플이 따라잡는게 아니라 삼성전자가 오히려 따라잡아야 할 형편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점 4. 기술의 안정성.
작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했을 때 SW가 HW를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기사들이 많았다. 현재 애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수많은 SW 중심의 회사가 HP, Dell, Sony와 같은 HW 중심의 회사들을 앞도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삼성전자가 HW 중심의 회사로서는 드물게 성장하고 있음은 사실이지만 애플의 SW를 삼성전자가 아직도 따라잡지 못 하고 있음은 사실 아닌가? 삼성전자가 수년에 걸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바다(Bada) 플랫폼이 시장에 제대로 안착되지 못하고 있고 주력은 안드로이드에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의 안정성을 운운하는게 과연 타당한 일인가? 기술의 안정성이 최고라는 회사가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버전을 올릴 때마다 끌려다니는 것이 과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안정성인가?

여러 생산 단계가 아웃소싱을 통해 나뉘어 있다 보니 신속한 시장 대응이 어렵다는 평가다. 이를테면 통화 품질이 떨어지거나 속도가 느리다는 소비자의 불만이 쏟아져도 문제 해결에 상당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애프터서비스 역시 직접 처리하지 않다 보니 균일한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 것은 많은 사용자들이 애플의 혁신 기술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문제점 5. 삼성전자 역시 아웃소싱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
신속한 시장 대응과 아웃소싱은 아무 관련이 없진 않지만 관련도는 떨어진다. 애플이 소비자의 불만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것은 그게 정책이기도 하거니와 안테나 게이트와 배터리 문제를 제외하곤 크게 문제가 될 부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역으로 품질에 문제가 별로 없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을 할 필요가 없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워런티 서비스도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일반화된 외국과 달리 한국은 이런 문화가 익숙하지 않아 삼성전자나 엘지전자와 비교하여 국내에서 이슈가 되었지만 이게 과연 아웃소싱과 무슨 관련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혁신 기술의 충격은 점차 희미해진다. 새로운 기술은 도입기에서 출발해 성장기와 성숙기를 거친 다음 쇠퇴기를 맞는 것이 일반적인 사이클이다. 이 중 도입기와 성장기에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핵심 기술이 승패를 가른다. 하지만 이 단계를 지나면 원가 경쟁력과 기술의 안정성이 새로운 경쟁 포인트로 부상한다. 강 팀장은 “이제 애플이 선보인 혁신 기술도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것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원가 경쟁력과 기술의 안정성은 삼성전자가 훨씬 앞서 있는 분야다.

문제점 6. 이제 애플이 선보인 혁신 기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것이라는 지적.
‘이제 애플이 선보인 혁신 기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것’이 돼 버렸는데 왜 아직도 삼성을 제외한 기타 다른 회사들이 애플만큼 훌륭한 제품을 못 만들어내는지 알고 싶다. 구글도 애플 따라잡기를 하고 있지만 갈길이 아직도 멀다.

강 팀장이 삼성전자의 승리를 점치는 결정적인 이유는 이 회사의 후계 문제와 연관돼 있다. 그는 “삼성전자 규모의 1등 기업은 대부분 ‘성장판’이 닫히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어떤 기업이든 최고가 되면 성장에 안주해 주저앉고 만다는 것이다. 리스크를 떠안고 새로운 투자에 나서기보다 그동안 쌓아 온 것을 나누어 먹으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한때 1등의 자리에 올랐다가 밀려난 노키아·모로토라·소니가 걸었던 길이다. 애플 역시 이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그럴 수 없는 처지다.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발등의 불이기 때문이다. 강 팀장은 “경영권 승계에서 핵심은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2010년 12월 이재용 사장이 승진하는 순간 삼성전자의 성장판이 다시 열렸다”고 말했다. 이재용 사장의 부임으로 삼성전자는 주가 상승과 실적 개선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문제점 7. 경영권 승계는 성장판?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다. 후계자로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뭔가 내세울 만한 실적이 있어야 하니 삼성 그룹이 무슨 수를 써서든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실적을 좋게 할 것이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러나 삼성 그룹이 그룹의 후계자를 정하는데 과연 사람들의 인정을 필요로 하고 있나? 말 그대로 오너경영이니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실적이야 있든 없든.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재용 사장’과 ‘마이너스의 손’으로 검색을 하면 과거의 수많은 실패 자료들이 쏟아진다. 과거에 실패했으니 미래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할순 없지만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성장판이 열렸다고 말하는 것보다 보다 훨씬 근거가 있다.
그리고 현재 삼성전자의 실적은 이 한 사람의 힘이 아니라 회사에서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는 임직원들 모두의 노력의 산물이다.(집에서 남편, 아빠, 아내, 엄마, 아들, 딸들을 열심히 응원하는 가족들의 노고도 있다) 이걸 간단히 이재용 사장이 새로운 성장판을 열어주었다고 찬양 내지 칭송할 일이 아니다.

이 기사를 처음 읽었을 땐 정말 저 강팀장님이라는 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빈약한 근거로 애플과의 경쟁에서 삼성전자의 승리를 외치는 투자회사 팀장님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 제목도 ‘강팀장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라고 썼었다. 그러나 잠시 숨을 돌렸다. 이 어설픈 기사를 내보낼 만큼 삼성전자 홍보팀도 어리숙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건 누군가 적절히 제목을 뽑고 적절히 내용을 편집한 저질 기사일 뿐이다. 그렇게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도리는 없지만 클릭 수 늘어날 제목과 내용을 만드는데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비영리로 100% 후원을 받아 탐사보도를 하는 프로퍼블리카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해서라도 수익을 늘려야 하는 국내 언론의 현실이 안타깝다.

P.S. 며칠 전에 슬로우 뉴스가 창간되었다. 좋은 미디어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 미디어 오늘도 수익을 위해 웹사이트에 여기 저기 이상한 광고들이 많이 붙어있는데 슬로우 뉴스는 깨끗하다. 국내판 프로퍼블리카라고 봐도 된다. 자세한 창간 취지는 미디어 오늘의 편집장이자 슬로우 뉴스 창간에 동참하신 이정환님의 글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좋은 미디어와 언론의 본질을 찾기 위한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고 언젠가 국내 언론들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는 그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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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Mike Kim

2012년 3월 29일 , 시간: 2: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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