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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출퇴근 버스의 기억 – 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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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든 일이 어제(2월 13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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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회의 때문에 평상시보다 일찍 출근 길에 나섰다.

광역버스에 몸을 실고 강남 교보타워 근처에 다다랐을 때 2가지 선택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평소에는 강남역과 우성아파트 사거리 사이에 있는 중앙차로 정류장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15분 정도 걸어가는 방법으로 출근을 했다. 다른 대안은 신논현역과 강남역 중간의 중앙차로 정류장에서 내려 다시 파란버스로 갈아타고 회사 근처의 정류장에서 내리는 것이었는데 몹시 춥거나 비가 많이 와 걷기에  좋지 않을 때 선택하는 코스였다. 이날은 아침 회의 시각이 거의 되었던지라 후자를 선택했다. 그런데 그 날 따라 버스가 늦게 왔다.

한참 후, 버스가 도착하자 우루루 사람들이 몰렸고 나도 줄을 섰다. 그런데 앞문쪽에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서 추가로 타는 것은 불가능했다. 자연스레 나와 사람들의 시선은 뒷문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내리면 타야지’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뒷문으로 무작정 밀어붙이며 타기 시작했다. ‘아직 사람들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저러다가 누구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내리려는 소수의 사람들과 타려는 다수의 사람들 사이에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서 고함이 터지고 신음소리도 들리고. 그러더니 타려던 아주머니 두 분이 길바닥으로 철퍼덕. 추스리고 일어나시더니 다시 돌진. 간신히 내리는 사람들마다 잔뜩 화난 표정에 헝클어진 옷매무새와 머리를 만지며 걸어갔다.

이 혼란의 도가니를 보고 있으니 한마디로 ‘멍해졌다’. ‘다들 왜 그러는거지?’ ‘이 버스를 타지 못하면 죽기라도 하는걸까?’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나 역시 광역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끼어 매달리다시피 탄 적도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늘 지켰다고 생각한다. 새치기는 하지 않았고 서 있을 때도 최대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타주의자는 아닐지언정 이기주의자는 되지말자, 재미있고 남다르게 살되 남에게 피해주지 말자라는게 내 생각이다. 서울에서 10년 넘게 살고 경기도로 이사해 6년 정도 살면서 버스나 지하철의 푸쉬맨도 봤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이렇게 무지막지한 경우는 처음이다. 이걸 외국 사람들이 봤다면 유튜브에 ‘Ugly Korean’ 이라는 이름으로 올라가도 할말 없을 것 같다.(블로그라 더 심한 묘사는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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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은 어느 때와 비슷했다. 아침의 안 좋은 기억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걸 빼면.

광역버스의 앞문 근처에 서서 한참을 가다가 수원 IC를 지나 첫 정류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다.

내 앞에서 앉아있던 7, 8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와 엄마는 어느 새 잠이 들어 있었고 먼저 깨어난 엄마가 아이를 깨웠다. 하지만 잠에 취한 아이는 일어나기 싫어했고 업어달라는 것 같다. 짐이 꽤 많아 보였지만 엄마는 아이를 들쳐업고 짐을 다 들고 일어섰다. 한 손으로는 짐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이가 떨어지지 않게 잡아주고. 앞문으로 내리시게 하기 위해 내가 뒷쪽으로 물러나 최대한 공간을 확보하며 혹시나 코너를 돌 때 두 모녀가 넘어지면 언제든지 잡아주기 위해 손을 올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앞쪽에 서 있던 여자분 역시 이걸 계속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눈이 마주쳤는데 ‘딱하다’라는 생각을 둘다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여자분도 외관을 보면 아이를 키우시는 분 같다.(아이 업고 짐들기 참 어렵다. 그것도 버스 안에서) 그러더니 잠시 후 그 여자분이 그 많은 짐을 대신 들어주었다. 아이 엄마는 연신 고맙다고 하셨다. 그러자 그 앞에 있던 남자분이 또 그 짐을 다 들어주었다. 잠시나마 자기가 안고 있겠다고. 짐을 들어주었던 여자분은 아이와 엄마가 내리자 그 짐을 받아 다 내려주고 다시 올라타셨다. 가끔 버스에서 보던 모습이었지만 아침에 좋지 못한 것을 본 날이라 그런지 더 비교가 되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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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려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버스 뒷문을 향해 돌진하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지각을 면해서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야’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고, ‘내가 왜 이러고 살까?’ 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평소엔 굉장히 좋은 사람들인데 그 때만 그렇게 행동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순간만 놓고보면 인간은 원래부터 악한 존재라는 말이 참 설득력있게 들린다. 반대로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의 여자분과 남자분의 행동들을 떠올려보면 인간은 원래부터 착한 존재라는 말도 설득력 있다. 둘 중에 무엇이 진실인가? 아니면 인간은 상황에 맞게 그 때 그 때마다 다르게 행동하는 존재일까? 나는 그 중에 어느 쪽인가?

P.S. 1: 아침에 그 버스를 보내고 나서도 오는 버스마다 사람은 만원이었고 어제 아침만큼은 그렇게 끼어타기 싫었다. 그래서 손님이 달랑 둘 뿐인 광역버스를 타고 갔고 회의에는 왕창 늦었다. 오늘 아침은 걸어왔으며 앞으로 다시는 거기에서 환승하지 않을 것 같다. 다시 그런 장면을 보면 정말 괴로울 것 같다.

P.S. 2: 출근 지각이라는 말에는 문제가 있다. 퇴근해서도 회사 이메일이나 업무 전화를 받는게 다반사다. 그만큼 근무 시간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그럼 출근 시각도 정말 다양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으며 출근 지각을 체크할 필요도 없다. 버스 몇 대 정도는 보내고 타도 늦지 않고 지각이라는 말도 듣지 않는다면 과연 아침에 저런 버스 전쟁이 일어났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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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Mike Kim

2012년 2월 14일 , 시간: 4: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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